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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길버트 그레이프 줄거리와 결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아역 시절

by 다독다감 2021. 4. 10.

피터 헤지스의 문단 데뷔작이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세상에 알린 길버트 그레이프

인생 영화, 인생 소설이 같은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대개 원작 소설이 좋으면 영화가 별로이고 영화가 좋으면 원작이 볼품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길버트 그레이프>는 영화와 원작 소설, 둘 다 완성도가 꽤 높습니다. 

<길버트 그레이프>는 24살 청년 길버트의 성장통이 짙게 베인 자아 찾기 성장 소설입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힘이 되어준 소설이자 영화였습니다. 힘들고 아팠던 청춘이 그리울 때면 다시 들추어보고 다시 못 올 그 시절을 추억하곤 했습니다.

원제 'What's Eating Gilbert Grape'의 뜻은 '길버트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즉 '길버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입니다.

조니 뎁과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의 풋풋한 연기

조니 뎁의 청춘 시절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청소년 시절의 풋풋한 모습을 감상하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중에 하나입니다.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1991)는 영화 '댄 인 러브'의 감독 피터 헤지스의 문단 데뷔작으로 우리나라에는 2008년 번역 출판되었고, 영화는 라세 할스트롬 연출로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줄리엣 루이스 주연으로 1993년 영화화되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어린 목소리로 '어니' 역을 실감나게 연기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니 역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처음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배우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자 개인적으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만든 첫 영화였습니다. 

길버트 그레이프 공식 포스터
영화 포스터.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극중 배역을 잘 표현된 포스터입니다.

길버트 그레이프 줄거리

영화의 무대는 1978년 아이오와 주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 '엔도라'입니다. 길버트 그레이프(조니 뎁)는 동생 어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생일과 어머니의 죽음이 점점 다가오면서 두려움과 좌절을 느낍니다.

길버트의 어머니는 남편의 자살 이후 거식증에 빠져 몸이 불어나 침대에서도 거의 움직이지 못합니다. 동생 어니는 그 해맑은 얼굴과는 다르게 지적장애아입니다.

막무가내인 어니를 다독여주는 길버트
막무가내인 어니를 다독여주는 길버트.

길버트는 동네 작은 마트에서 일하며 어머니와 어니를 보살피며 시골 마을 엔도라에 살고 있습니다. 의사로부터 어니가 10살까지 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어니가 18살이 되는 걸 보는 게 소원입니다. 짜증 나거나 화가 날 때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내 아들이 열여덟 살이 되는 걸 보고 싶다는데! 그게 그렇게 무리한 소원이야?”

이 말은 길버트의 가슴 속 깊이 똬리를 틀고 괴물같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그 말은 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으로 무럭무럭 자라 길버트의 무의식 깊은 곳에 무성한 숲을 이룹니다.

길버트는 가족에 대해서도, 마을에 대해서도,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갑니다.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엄마, 사고뭉치인 남동생, 화장과 남자에 빠져 사는 여동생, 나이가 들어서도 철없이 엘비스 프레슬리만을 추억하는 큰 누나, 그리고 집을 나간 래리 형과 점점 살이 쪄가는 작은 누나.

길버트는 자신을 단단히 옭아매어 구속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훌훌 던져버리고 자유가 되는 강렬한 꿈을 자주 꿉니다.

신비의 소녀 베키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길버트
신비의 소녀 베키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길버트

그런 길버트가 사는 시골 마을 엔도라에 어느 날, 미시간 소녀 베키(줄리엣 루이스)가 나타나면서 길버트의 자아가 서서히 눈을 떠가는 과정이 무지개처럼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피터 헤지스의 빠르고 위트 넘치는 경쾌한 문장들은 길버트의 가족에 대한 절망, 황폐하고 무료한 시골, 박동하는 청춘의 욕정을 가감 없이 포착해냅니다. 

길버트와 베키의 첫 키스는 말할 것도 없고, 길버트와 베티 카버 부인과의 불륜의 사랑도 무리 없이 빠르게 터치해 나갑니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들

영화에서보다 소설에서 길버트의 감정 변화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랜스 닷지'는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소설 속에서 길버트의 인생과는 대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베키는 소설에서는 엔도라에 사는 할머니의 집을 잠시 방문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영화에서는 캠핑카를 타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다 캠핑카 고장으로 엔도라에 잠시 머무는 것으로 전개됩니다.

길버트와 베키, 둘 다 언젠가 엔도라를 떠나야 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언제든 자유로운 베키와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길버트의 삶이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길버트 그레이프 결말(스포일러)

마침내 18살 어니의 생일파티를 마친 그날 밤, 길버트의 어머니는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길버트는 아버지가 지은 집에 잠든 어머니를 집과 함께 불태워 화장합니다.

아버지가 지은 집이 불타는 것을 지켜보는 길버트

길버트의 집이 타들어갈 때의 찬란한 불꽃은 슬퍼면서도 장엄한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아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입니다.  

베키를 관통하여 세상과 대면할 용기를 가진 길버트가 자아를 찾아 마침내 긴 여정을 떠나는 모습은 먹먹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길버트는 자신을 묶어 놓았던 것은 가족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덫에 제 스스로 묶여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제가 뽑은 영화의 명대사는 길버트가 베키에게 한 다음의 말입니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명대사입니다.

"저 곳이 우리 집이야. 집 안에서는 중압감에 시달렸는데 여기에서 보니 참 작군"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명연기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은 길버트는 조니 뎁, 어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 외 다른 등장인물과 배경을 영화에 대입하여 소설을 읽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긴 머리를 풀어헤친 조니 뎁은 엔도라와 가족에 포박되어 자신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소설 속 길버트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어머니가 잠든 줄 알고 깨우다 끝내 일어나지 않자 이상한 느낌을 받은 어니가 오열하는 장면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잊을 수없는 명연기 중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함께 읽고 영화를 보며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리운 친구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된 인생의 슬픔이 밀려드는 새벽녘에 씁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출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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