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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음

나는 어떻게 쓰는가? 글쓰기 괴로움 덜 13인 글쓰기 노하우

by 다독다감 2021. 6. 3.

씨네21북스가 펴낸 <나는 어떻게 쓰는가>(2013)은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참여하여 직업적 글쓰기의 어려움과 글쓰기 노하우와 글쓰기 자세를 비교적 진솔하게 담아낸 책입니다.

소설가, 시나리오작가, 기자, 카피라이터, 전직 판사, 목사까지 각기 다른 분야 13명이 필진으로 참여했으니까요. 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글쓰는 자의 고민은 조금씩은 달라도 그 본질을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떻게 쓰느가>를 읽으며 그간 블로그에 글을 막 쓰며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들이 많았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 글은 그렇게 막 쓰는 게 아니었어!라는 깨달음이라고 할까요? 

"나는 글보다 앞서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을 하는 데 첫걸음은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즉, 나 아닌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이다."

동화작가 김중미의 말입니다. 창작도 이러할 진대, 그간 함부로 글을 써왔다는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은 오직 독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글로 먹고사는 13인이 참여해 만든 글쓰기 책

 

영화평론가 안영진

첫 번째 필진으로 참여한 영화평론가 김영진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멋부리지 말고 간명하게 쓰자는 것은 내 글쓰기의 기본 태도이다. 그런 태도는 글을 과시적으로 쓰는 내 허영기로 번번이 변질된다.

또한 평론가로서 작품을 대할 때 나는 작품의 표면에서 얻은 인상의 실마리를 될 수 있으면 끈질기게 파고들어 뭔가 덩어리로 만들어내려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알량한 지식으로 작품을 재단하지 않고, 미리 심층을 설정해놓지 않고 표층을 부단히 복기하면서 어떤 덩어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 비단 논리의 덩어리뿐만 아니라 감성의 덩어리도 끌어안는 것이 내 바람이다.(28~29쪽 축약)

영화 리뷰글을 주로 올리는 블로거로서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글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는 마감의 압박이 없어도 스스로 쓰고 싶은 글을 쓰는 단계, 자신의 글쓰기 경력 3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출판되고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기자 안수찬

<나는 어떻게 쓰는가>에서 구체적인 글쓰기 노하우를 가장 많이 담은 필진입니다. 그의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글은 자아의 노출이다. 그것도 불특정 다수 앞에 발가벗겨지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쓰기가 두렵다. 글에 담긴 자신을 누군가 폄훼할까 두렵다.

첫 문장부터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기자 안수찬의 글은 글쓰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글쓰기 영토 안에서 자유롭고, 그 땅에서 글쓰는 자가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글쓰기는 자아 노출의 공포와 열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일이라는 안수찬은 또한 자아와 타자가 섞이고 스미는 일이 글쓰기라고 말합니다.

즉, '남'의 문제가 제 삶에 왈칵 달려드는 때를 사람들은 간간이 겪는데, 그때 사람들은 사무치게 글이 쓰고 싶어 진다는 것이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이별하는 순간들 말이에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일생을 취재하고 글로 옮겨 적으며 기자는 많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쓰내려간 그의 기사에서 한 사람의 자아와 타자가 만난 깊은 감응이 전해집니다.

시인 유희경

퇴고는 시 쓰기의 과정 중 내가 가장 내밀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작업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퇴고는 모든 글쓰기의 마무리 작업이다. 거듭되는 반복과 번복은 지루하고 고되며 마무리 단계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차지하는 비중과 밀도가 높다. 단어 하나의 교체로 시 전체가 무너지기도 한다. 시는 높고 큰 답이 아니다. 작고 아름다운 탑이다(81쪽 축약)

<나는 어떻게 쓰는가>는 이 외에 변호사 정인진, 카피라이터 손수진, 동화작가 김중미, 철학자 최훈, 미술평론가 반이정, 번역가 성귀수, 시나리오 작가 김선정, 칼럼니스트 임범, 목사 김진호, 소설가 듀나가 풀은 글쓰기에 대한 귀한 말들도 담았습니다.

글쓰기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시다면 <나는 어떻게 쓰는가>를 통해 직업적 글쟁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어쩌면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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