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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 두 번은 없다

by 다독다감 2021. 8. 2.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2007)은 2007년 7월 국내 독자들에게 첫선을 보인 시집이다. 1945년부터 2005년까지 출간한 열한 권의 정규 시집에서 170편을 엄선하여 수록한 시선집이다. 

그후 시인은 두 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2012년 2월 1일, 향년 89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자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떠들어대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궁핍하게 만든다"고 했던 쉼보르스카는 생전 열 두권을 시집만을 남긴채 크라쿠프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서 잠을 자듯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어차피 삶에서는/ 단 한 순간의 불멸도/ 기대할 수 없다고 노래한 시인은, 쓰는 즐거움./ 지속의 가능성./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소멸해가느 손의 또 다른 보복./을 통해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았다. 

<끝과 시작> 이후로 쉼보르스카의 유고 시집 <충분하다>가 2016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번역 출판되었고, 2018년에는 '봄날의책'에서 시인의 서평집 <읽거나 말거나>가, 2021년에는 시인의 미발표 시들은 모은 <검은 노래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 

▼ 쉼보르스카 서평집 <읽거나 말거나> 리뷰글

 

읽거나 말거나,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서평집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서평을 어떻게 쓸까? (2018)는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30여 년에 걸쳐 남긴 서평을 모은 책이다. 블로그에 서평도 올리고 있으므로 는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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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은 초판 발행 후 통쇄 22쇄를 찍으며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고, 대산총서 20주년을 기념하여 문학과지성과에서 2021년 리커버 특별판을 출간하였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쉼보르스카의 책들은 모두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최성은 선생이 옮겼다.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폴란드 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한 공로로 심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최성은 선생은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비롯해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의 시선집도 폴란드어로 번역 출판했다. 양국 문학교류에 의미 있는 공헌을 해 오신 선생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하여는 아래 글 참고

 

마당을 나온 암탉...책,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되는 어린이 문학 고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마당을 나온 암탉"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고달픈 여정, 27개국에 번역 출간된 어린이 문학의 고전" 황선미 작가의 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입니다.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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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에게 노벨상 수상위원회는 "시인의 시어는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으면서도 매너리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풍부한 영감, 그리고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단어를 꼭 알맞은 곳에 배치하는 '위대한 평이성'으로 인해 시인은 '문학의 모차르트'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시인의 시 속에는 '베토벤'의 분노와 같은 그 무엇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쉼보르스카의 시를 읽으면 스웨덴 한림원이 말한 '위대한 평이성'이 비를 몰고 오는 바람처럼 일고 잠든 밤바다를 일깨우는 파도처럼 철석거리고 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나는 이 위대한 시인이 낭만적인 감상에 빠지지 않아서 좋다. 그러면서도 쉽고 간명한 언어로 한낱 개인의 아픔을 깊이 들여다봐서 더없이 좋다. 

2007년 초판 발행본 끝과 시작

<끝과 시작>은 쉼보르스카의 시 170편을 실었다. 2000년에 출판된 시인의 자선 시집과 시집 <순간>(2002), <콜론>(2005)에 수록된 작품을 옮긴이가 엄선 번역한 시집이다. 쉼보르스카 시의 발아와 성장, 마침내 이룬 시의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주옥같은 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쉼보르스카의 대표 시선집이라고 할 수 있는 <끝과 시작>는 그녀가 심안으로 눈으로 한 자 한 자 아로 새겨나간 끊임 없는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끊임 없는 풍경이라고 말하는 건, 충분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우리는 그것들을 모래 알갱이라 알고 있지만
그 자신에게는 알갱이도 모래도 아니다.
(···)
우리가 쳐다보고, 손을 대도 아무렇지 않다.
시선이나 감촉을 느끼지 못하기에.
창틀 위로 떨어졌다 함은 우리들의 문제일 뿐,
모래 알갱이엔 전혀 특별한 모험이 아니다. 
어디로 떨어지건 마찬가지.
벌서 착륙핸느지, 아직 하강 중인지
분간조차 못하기에.

나는 쉼보르스카의 시 중에서 '두 번은 없다'를 즐겨 암송하곤 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은 언제가 강을 만나고 바다에 닿으리라. '두 번은 없다'는 쉼보르스카의 실질적인 등단 시집으로 꼽히는 <예티를 향한 부름>에 실린 시다. 폴란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플란드 국민이 애정 하는 시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두 번은 없다 시 전문과 쉼보르스카의 생애에 대하여는 필자가 올린 다음의 글을 참고하시면 좋겠다. 시 두 번은 없다는 <끝과 시작> 34쪽에 실려 있다. 

 

검은 노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생애와 시 세계

마음이 아플 때 시는 아주 작은 위안이 됩니다. 투명한 물망울 같은 영혼과 시간을 돌로 쌓아가는 마음으로 쓴 시들은 힘겨운 자아를 보듬어 줍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세계가 제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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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효현하고 싶었던 시인 쉼보르스카는 초기의 시 '단어를 찾아서'에서 우리가 내뱉는 말에는 힘이 없다고 했다. 그 어떤 소리도 하찮은 신음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로 끝맺는다. 최근의 심경을 이토록 잘 대변하는 시가 있을까 싶다.

시인의 단어를 찾아서는 '뜻밖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요즘 눈에 밟히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매우 기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무서워진다. 문장을 잇다 말고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

뜻밖의 만남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오랫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

문장을 잇다 말고 우리는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
무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인간들은
대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끝과 시작>에는 1996년 12월 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인이 행한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문 '시인과 세계' 전문이 부록으로 실려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가장 겸손한 수상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쉼보르스카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시어의 세계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도 평범지거나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그 어떤 바위도,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그 어떤 구름도, 그 어떤 날도,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그 어떤 밤도. 아니,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이 세상의 모든 존재도

이것이야말로 시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할 일이 많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는지요."

존재의 본질을 향한 쉼보르스카의 시선을 언제나 느낄 수 있기를, 욕망과 공포를 가늠할 수 있는 심안을 가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시작과 끝이 아닌, 끝과 시작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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