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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 데몰리션 줄거리와 결말, 애도의 3단계에 대한 조언

by 다독다감 2021. 7. 5.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데몰리션>(2016)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마침내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다시 삶을 힘차게 살게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 제목 데몰리션(demolition)의 사전적인 뜻은 파괴, 폭파, (특권 등의) 타파, 폐허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건물을 쓰다 보면 너무 낡아 리모델링만으로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낡은 건물을 아예 파괴하고 재건축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는 그런 뜻으로 데몰리션을 썼다.

남편 데이비스 역에는 제이크 질렌할이, 아내 줄리아 역은 헤더 린드, 나중에 그를 위로해 줄 여인 캐런 역은 나오미 왓츠가 맡았다.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를 볼 때마다 잘생기긴 했지만 뭔가 2프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으로 나온 <소스 코드>도 그랬고, <러브 & 드럭스>와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레>도 그랬다. <데몰리션>도 그렇다. 아직 전성기가 남아있겠지만 아마 <브로크백 마운틴>(2005)이 그가 출연한 최고 걸작이 될 것 같다.

데몰리션 영화 공식 포스터

영화 데몰리션 줄거리

아내의 죽음

같이 차를 타고 출근하는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와 줄리아(헤더 린드) 부부를 비추며 영화는 시작된다. 운전대를 잡은 줄리아는 남편에게 냉장고가 고장난지 2주가 넘었는데도 관심을 안 가진다며 투덜거리고 있다. 

장인의 회사에서 투자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데이비스는 그 말을 귀찮다는 듯 듣고 있다.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아내는 죽고 남편은 멀쩡하다.

병원 복도에서 배고픔을 느낀 데이비스는 초콜릿을 먹기 위해 자판기를 눌렀지만 돈만 잡아먹는다. 그날 저녁 데이비스는 자판기 회사에 항의 편지를 쓴다.

그런데 항의 편지가 어째 이상하다. 아주 긴 장문에 자신의 처한 상태를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장례를 치른 데이비스는 다음 날 보통 때와 다름없이 말쑥하게 차려입고 출근한다. 비서는 그가 출근을 당연히 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며 울먹거리며 애도의 인사를 건넨다.

아내의 죽음에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데이비스

장인(크리스 쿠퍼)은 데이비스가 감정 컨트롤을 잘 한다며 마인드가 아주 강하다고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본다. 그런데 정작 데이비스는 우는 척을 해보고 싶어도 진짜 눈물이 나지 않는다. 괴롭거나 속상하지도 않다. 

애도의 3단계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혹은 사별을 겪을 때 사람들은 보통 상실의 슬픔에 복받쳐 울음을 터트리게 된다. 그러나 슬픔을 대하는 데이비스의 반응은 엉뚱하고 유별나다.

흔히 말하는 애도의 3단계는 심한 쇼크 상태가 며칠 혹은 몇 주간 계속되는 현실회피 단계,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현실과 직면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무언가 새로운 전환이 일어나는 조정 단계로 이루어진다.

상담가들은 슬픔이 억제되어 마음 속에서 응어리지지 않도록 마음껏 울거나 누군가에게 슬픔을 이야기 한다든지 해서 애도 과정을 잘 거쳐야 더 큰 심리적 아픔이나 우울증을 겪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상담가 캐런(나오미 왓츠)

자판기 회사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캐런 앞으로 데이비스의 항의 편지가 2통이나 배달된다. 새벽 2시에 데이비스에게 전화를 건 캐런은 "편지 보고 울었어요. 거기, 얘기할 사람은 누구 있어요?"라고 말한다.

캘런 역의 나오미 왓츠

항의의 형식을 빌린 데이비스의 편지에는 '항의'는 없고 일상의 공허함을 어쩔줄 몰라하는 한 남자의 속마음이 빼곡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데이비스는 고장난 뭔가를 고치려면 전부 분해하여 중요한 것을 알아내 역순으로 결합하면 된다는 장인의 말을 떠올리고 회사 화장실의 삐거덕거리는 문을 분해하고 시계나 컴퓨터까지 분해하여 바닥에 펼쳐 놓는다. 장인과 회사 사람들은 그런 데이비스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데이비스는 분해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데몰리션하기 시작하기 한다. 주택 철거현장에서 가서 오히려 돈을 주고 해머를 휘두른다. 줄리아와 추억이 쌓인 식탁이며 텔레비전 가릴 것 없이 마구 부수기 시작한다. 그때마다 줄리아의 환영이 아른거린다.

그리고 데이비스는 캐런을 실제로 만나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아내가 너무 쉬워서, 파티에서 만난 지 30분 만에 잠을 잤고 2개월 만에 결혼을 했을 뿐 사랑하지는 않았다고 고백한다. 

사별의 아픔을 간직한 캐런은 데이비스에게 "나도 당신처럼 완전하게 솔직해지고 싶다"고 말한다. 데이비스가 당신은 이미 솔직하다고 말하자 캐런은 아직 멀었다고 답한다.

해변에서 제이크 질렌할과 나오미 왓츠

닥치는 대로 물건을 부수고 캐런과의 데이트가 이어지면서 아내 줄리아가 떠나고 나서 생긴 진공상태에 새로운 것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캐런의 아들(쥬다 루이스)과도 친해져 친구가 된다. 헤드폰을 끼고 거리에서 혼자 춤을 추기도 한다. 그렇게도 길고 길었던 유별난 애도의 1단계가 끝나가고 비로소 데이비스에게도 애도의 2단계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데몰리션 결말(스포) : 애도의 마지막 3단계

장인은 딸이 데이비스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탐탁지 않게 여겼었다. 그러나 사위가 되고 같이 일하면서 회사를 같이 운영하다시피 했고 딸이 죽고 나서도 같이 가자고 말했었다.

장인 역의 크리스 쿠퍼

딸을 사랑하지 않았다듯이 행동하는 사위의 못돼먹은 행동에 장인은 분노한다. 딸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었다는 비밀을 폭로함으로써 장모는 데이비스를 짓밟는다.

그 모든 비밀과 냉대를 직면한 데이비스는 마침내 애도의 마지막 3단계로 접어든다. 줄리아의 묘지를 찾아 진심으로 애도한다. 그리고 불도저를 구매해 자신의 집을 자기 손으로 직접 데몰리션 한다.

애도의 3단계, 무언가 전환이 일어나는 재조정이 데이비스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다.

이 영화의 라스트 시퀀스는 어느 빌딩이 카운트다운에 맞추어 완전히 폭삭 내려앉는 장면을 보고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가는 장면이다. 원더풀 데몰리션 광경이다. 데이비스도 아이들과 함께 힘차게 달려가며 영화는 끝난다.

에필로그

영화는 수작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넷플릭스에서 그저 그렇게 볼만한 영화다. 우리는 살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데이비스는 아내의 부재로 인하여 마침내 그간 무심했던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삶의 의미도 찾게 된다.

가끔 영원한 이별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올 때가 있다. 새벽에 갑자기 눈을 떴을 때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올 때도 있다. 그럴 때 이 영화가 눈곱만큼 만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것이 부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미덕을 아주 조심스럽게 깨우쳐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상실에 대한 아픔으로 생긴 진공상태는 뭔가 새로운 것으로 다시 채워져 한다. 온건한 방법으로 불가능할 때는 파괴를 해서라도. 그것이 영화 <데몰리션>이 던지는 메시지다.

영화 중간 중간에 보이는 청개구리는 이에 대한 메타포다. 물속에만 살던 올챙이는 생태적 환경이 전혀 다른 뭍으로 나와 살아야한다. 그런 점에서 <데몰리션>은 혁명적인 변화를 해야만 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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