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리 괴사건에 몰려든 대한민국 탑5 점쟁이들이 벌이는 B급 코믹 소동극
가끔 이런 영화도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신정원 감독이 연출한 <점쟁이들>(2012). 네, <시실리 2km>를 만든 그 감독 맞습니다.
<점쟁이들>은 네티즌과 평론가 모두 만장 일치로 평점이 5점대이고 관객수도 95만 명에 그친, B급 코믹(이 있어나 모르겠지만) 호러 영화입니다.
심지어 제목조차 퇴마사라 하지 아니하고 점쟁이들이라 붙이는 뻔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점쟁이들이 귀신을 쫓는 게 주된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한국의 점술 산업 규모
이사 문의는 이삿짐 센터에
여기서 잠깐, 한국의 점술 산업(Fortune-telling)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넘어갈게요. 우리나라는 점집이나 철학관, 사주 카페 등에서 약 30만 명이 종사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고, 그중 무속인들은 15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점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사할 때는 물론이고, 연애나 결혼을 앞두고도 점집을 찾아 서로 궁합을 맞추어보곤 하죠. 이사할 때는 이삿짐센터보다 제일 먼저 점집에 전화해야 하는 거 맞죠?^^
오죽했으면 외신에서조차 한국의 점술 산업(Fortune-telling)을 다루고, 그 산업 규모가 3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점쟁이들' VS 영화 '관상'
신정원 감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쟁이들을 거의 멘토급으로 모시고 있으니까, 점쟁이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 기본 관객수 3백만 명은 거뜬히 넘을 거라 생각했었을 수도.
반면, 송강호와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김혜수 주연에 한재림이 연출한 <관상>(2013)은 관객수 913만 명을 동원하며 자신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궁금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본능을 폼나게 공략하는 데 성공한 영화였습니다.
두 영화는, 사람들이 아무리 점 보는 걸 좋아해도, 그래서 그걸 소재로 잡더라도 영화가, 재미도 꽝! 스토리도 꽝!이라면 백약이 무효하다는 걸 극명하게 입증시켜 주었다고나 할까요?
영화 점쟁이들 줄거리
영화 <점쟁이들>의 배경은 '울진리'입니다. 영화 광고 카피에는 '한국의 버뮤다 지대'라고. 이 동네에서 이상한 사건이 수 십 년간 되풀이되면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최고의 점쟁이들이 몰려든다는 설정입니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대한민국 점쟁이 탑 파이브로 부릅니다. 점쟁이들의 리더 격인 인천의 박 선생(김수로), 공학박사 출신의 점쟁이 석현(이제훈), 귀신이 보이는 심인 도사(곽도원), 과거와 미래를 보는 점쟁이 승희(김윤혜)와 초등학생 점쟁이 월광(양경모)이 바로 그들입니다.
대기업의 비리 전문기자 찬영(강예원)이 특종을 낚기 위해 이들과 동참하면서 울진리 괴사건의 저주를 풀기 위한 대한민국 탑 파이브의 한바탕 활약상이 드러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점쟁이들>의 줄거리는 쉽게 요약되지 않는데요. 스토리는 워낙 황당무계하고! 일제 강점기까지 올라간 악령은 아무데나 빙의하고! 귀신을 쫓는 점쟁이들도 야단법석이고! 어쨌든 이상한 사건에 이상한 사건 해결이라고만 정리하고 넘어가야될 듯합니다.^^
자꾸 과거로만 향하는 영화 시간들
그런데도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두 시간입니다. 당시는 1주 1편의 개봉 영화를 보러 다니고, 1주 2~3권의 책을 읽고 주주야화를 하며 나름 바쁘게 살던 시기였습니다. 오늘 같은 토요일 어느날, 영화 동지와 서로의 얼굴을 겸연쩍게 바라보며 극장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이 영화를 본 시간이 아까웠는데, 지금은 예의상 몇 번 웃어줘야 할 것 같아 억지웃음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도 이런 영화가 필요할 때가 있음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저의 영화 시간은 자꾸 과거로만 달려가는 것 같습니다. 그 영화동지도 이럴까요?
여담으로 만약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셨다면 대한민국 1.9퍼센트 안에 드신겁니다! 영화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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