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1990)은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지금 봐도 꿀리는 영상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인생에서 '좋은 친구들'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피아 영화입니다.
영화 <좋은 친구들>은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환경에 종속될 수 있는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헨리(레오 리오타)는 마피아가 득실대는 브루클린 거리에 태어나 자랐습니다.
마피아 거리에서 태어났다고해서 모두 마피아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이 영화를 만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도 맨해튼 리틀 이탈리아 구역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한 사람은 영화감독이 되었고 한 사람은 마피아가 되었으니 태어난 곳만으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이긴 합니다만.
헨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길 건너편 겉멋이 번들거리는 마피아들을 보며 자신도 마피아가 될 꿈을 키워 갔습니다. 그에겐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마피아가 되는 것이 더 좋았던 것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한 발표를 시켰다면 아마도 헨리는 '마피아'가 되겠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헨리에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헨리는 마피아의 자잘한 심부름을 하느라 학교를 빼먹고 아버지에게 얻어터집니다. 사회에 일찍 눈을 뜬 헨리는 과감하게 학교를 그만둡니다. 어렸을 때부터 마피아가 되기 위해 조기교육을 받은 결과입니다. 헨리의 꿈은 시종일관입니다.
헨리는 지미 콘웨이(로버트 드 니로)의 눈에 들어 마피아의 세계에 성공적으로 입성합니다. 불과 스무한 살의 나이에 사업가 행세를 하며 멋진 자동차를 타고 돈을 뿌리고 다닙니다. 이른 나이에 성공의 맛을 보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남자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여성, 카렌 힐(로레인 브라코)이 나타납니다. 헨리는 카렌에게 집적대는 동네 사내아이를 죽도록 두들겨 팬 후 그녀에게 총을 숨겨두라고 건넵니다.
이 사건은 카렌을 흥분시키고 결국 그에 빠져들어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만남이고, 어이없는 운명의 시작입니까. 카렌은 이 한 순간의 감정으로 인하여 그녀의 인생이 결정나버렸다고 회상합니다.
헨리와 결혼한 카렌은 후에 헨리가 마약을 하고 바람을 피우도, 그녀를 두들겨 패는 만행을 부려도, 루프트 한자 공항 터미널을 털어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도 그를 배신하지 않고 엄청난 보석금을 지불하고 그를 빼냅니다.
* 루프트 한자 공항 터미널 공항 절도 사건은 미 역사상 최고의 강도 사건이었습니다. <좋은 친구들>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실화 영화입니다.
헨리 입장에서 보자면, 헨리에게 좋은 친구는 오직 하나 '카렌' 뿐이었습니다. 그를 키워준 마피아 일당들은 모두 그를 배신했으니까요.
카렌 입장에서 보자면, 그녀의 인생에서 잘못이라면 '헨리'라는 남자를 만난 것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녀에게도 행복을 찾을 기회가 인생의 골목마다 수없이 많았습니다. 헨리도 마찬가지였고요.
조폭들을 카리스마와 의리가 넘치는 인물로 그리는 다른 조폭 영화와는 달리 <좋은 친구들>은 양아치일 수밖에 없는 조폭들의 치졸하고 어리석은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습니다.
영화 <좋은 친구들>은 그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이 영화에서 양아치의 극단을 보여준 토미 역의 조 페시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작가주의를 고집하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입문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헨리라는 아이는 온 동네의 마피아가 그를 키웠던 셈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연출 영화는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택시 드라이버, 조디 포스터와 로버트 드 니로를 스타덤에 올린 1976년 고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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