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북노마드, 2018)는 뮤지션 요조의 산문집이다. 요조는 신수진(36, 책방 무사 주인, 뮤지션) 이렇게 소개되는 거 되게 좋다고 이 책에서 썼다. 4년이 지났으니 작가는 이제 마흔이다.
오늘도, 무사에는 책방 주인 4년 차가 된 요조의 마음들이 솔직하게 담겼다. 가식도 없고 숨김도 없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걸 빠르게 느끼는 요즘엔 이렇게 담담하게 쓴 책을 읽는 게 되게 좋다. 책날개에 적힌 요조의 프로필은 아래와 같다.
요조 프로필
뮤지션이자 책방 무사 주인이다. 본명은 신수진. 1집 <Traveler>, 2집 <나의 쓸모>, 단편 영화로 만든 EP앨범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2017)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요조, 기타 등등>,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등이 있다.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네이버 오디오 클립 <요조의 세상의 이런 책이>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있다.
뮤지션, DJ, 배우, 영화감독, 작가 등으로 불리지만 책방 주인으로 소개되는 건 늘 좋다. 2015년 가을 서울 북촌에서 시작한 '책방 무사'는 2017년 가을 제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신의 오늘도 무사히, 무사하기를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오늘을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려는 작가의 진심이 느껴진다. 책방을 열게 된 것도 아마도 그런 마음가짐의 신실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작가는 '희정 언니'가 한국에서의 37년간의 짱짱한 일상을 깨부수고 프라하로 훌쩍 떠나는 언니의 용기를 응원하면서 자신의 삶도 튼튼해진다고 말한다. 작가 또한 그런 마음으로 책방을 시작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상은 대체로 살수록 질겨진다고 말한다. 그 질기고 촘촘한 일상에서 틈을 발견하는 게 녹록지 않다. 내 일상은 하루하루 슬프게 튼튼해진다."
<오늘도, 무사>에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듯한 아날로그 감성의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다. 책방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 전체가 무사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남자 친구 이종수는 사진이 취미이다.
기존 건물의 오래된 간판마저도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살려내는 작가의 철학이 좋다. 건물 앞에 조그맣게 '책방 무사'라는 입간판만 세워두는 마음씀이 사랑스럽다.
작가는 공간을 단절되지 않고 흘러가야 하는 삶의 터전으로 존중한다. (한)아름상회는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의 정을 켜켜이 쌓아왔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공간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서울 북촌에서 책방 무사를 시작했을 때도 세월을 머금고 남아 있던 낡은 미용실 간판을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옛 건물에 자리한 작은 책방에 들어서서 서가에 꽂힌 책들을 매만지며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골라 읽어보고 싶다.
제주도에 가게 되면 요조가 책방 주인으로 있는 책방 무사를 꼭 들러볼 생각이다. 이미 <오늘도, 무사>를 읽었으므로 "이 책방의 콘셉트가 뭐냐, 책을 좀 가려서 받는 게 좋지 않겠냐, 괜찮은 책들을 추천해 드릴까요?" 따위의 맨스 플레인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작가 신수진은 진상 손님들이 심심치 않게 오고 있다는 이야기, 작가가 좋아하는 책을 입고하는 이야기, 자신을 알아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잔잔한 음악처럼 들려준다.
책장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뮤지션이 이렇게 글도 잘 쓰면 돼?라는 생각,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뮤지션이었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자연스레 응원하는 마음도 생겼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책방 무사를 운영하는 주인장이 오래오래 무사하기를, 또 그 책방을 찾는 이들도 오래오래 무사하기를. 그 마음들은 번잡한 도시의 산소나 다름없으므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오늘도,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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