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가 주연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는 세상과 자신이 잘 맞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냉소적인 사람도,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잔잔한 로맨스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멜빈 유달(잭 니콜슨)은 로맨스 소설가입니다. 레스토랑에 갈 때는 항상 1회용 식기를 들고 가는 강박증을 갖고 있습니다. 식당에 가기까지는 보드블록의 틈새를 밟지 않으려고 뒤뚱거립니다.
레스토랑 종업원은 모두 그를 꺼려 합니다. 괴팍한 성격에다 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독설을 시도 때도 없이 날리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정해진 자리에만 앉으려 고집하는 멜빈을 감당할 종업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웨이트리스 캐롤 코넬리(헬렌 헌트)만은 극강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멜빈을 어여삐 봐줍니다. 넓은 마음씨와 착한 심성을 가진 캐럴의 눈에 세상과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멜빈이 안돼 보였기 때문일 테지요.
극 중에서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의 연기 앙상블이 정말 볼 만합니다. 퇴폐적이고 음흉한 배역을 주로 맡아왔던 잭 니콜슨은 이 영화에서 헬렌 헌트와 아웅다웅하는 중년 로맨스 가이로 성공적으로 변신했습니다.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는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하였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영화는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연기가 얼마나 찰떡 호흡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럼 성격이 그렇게 괴팍한 멜빈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볼까요?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조금 엉성합니다.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는 줄거리를 두 연기자의 호연이 메꾸어 주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멜빈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화가 사이먼(그렉 키니어)의 집에 강도가 들어 사이먼이 입원하게 됩니다. 사이먼의 반려견 버델이 반강제적으로 멜빈에게 맡겨지는데요. 앞으로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버델이니 잘 봐주세요~
버델을 싫어했던 멜빈이 어쩐 일이지 버델에게서 위안을 종종 받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자신처럼 보드 볼록 틈새를 밟지 않으려는 버델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멜빈은 버델을 위하여 소시지까지 챙겨 다니게 됩니다.
멜빈은 강아지 버델을 통해 비로소 세상의 속살들을 보게 되고 버델이 촉매가 되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면들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어려움에 빠지 화가 사이먼의 상태를 돕고 싶다는 마음까지 합니다.
헬렌은 천식을 앓는 아들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간병을 위해 식당을 그만두게 됩니다. 이때 난감하게 된 것은 멜빈입니다. 레스토랑에서 그에게 서빙할 직원은 아무도 없게 됩니다.
헬렌의 집에까지 찾아간 멜빈은 헬렌이 처한 어려움에 인간적인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세상에 대해 그렇게 냉소적이었던 멜빈이 드디어 행동에 나서기로 합니다. 헬렌의 아들을 위해 의사를 소개해주고 치료비도 지원해줍니다.
사이먼을 위해서는 그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헬렌과 함께 긴 여행길에 나섭니다. 멜빈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멜빈에게 일어나는 감정선의 변화를 배우 잭 니콜슨은 놀랍도록 섬세하게 연기했습니다.
멜빈이 강아지에게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을 주위 사람들에게 넓혀가고, 궁극에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인 데가 있습니다. 세상과 자신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 용기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 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넷플릭스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저에게 많이 힘이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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