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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음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글쓰기에 참고할 만한 책

by 다독다감 2021. 4. 10.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왜 세계 시장에서 잘 통할까? 여기에 답하는 책이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입니다.

이야기 체조, 캐릭터 소설 쓰는 법, 스토리 메이커의 저자 오쓰카 에이지가 분석한 하루키와 하야오의 작품 공통점입니다. 오타구 논쟁과 순문학 논쟁의 치열한 중심에 섰던 저자가 밝히는 이야기 구조론이 흥미로웠던 책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공통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빅 히트를 기록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를 부러워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는 왜 저런 작가가 나오지 않냐는 푸념이겠지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쓰카 에이지가 쓴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2017)는 그에 대한 약간의 힌트는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한 저자 오쓰카 에이지는 만화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만화 편집자가 되고 편집장을 거쳐 만화 스토리 작가와 서브컬처 평론, 이야기론과 관련된 작법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서브컬처 평론가입니다. 저서로는 <다중인격 탐정 사이코>(원작자), <이야기 체조>, <캐릭터 소설 쓰는 법> 등이 있습니다. 

저자는 하루키와 하야오의 작품들이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는 일본적인 것이라든지 일본의 국력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작품에 내재한 ‘이야기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그들 작품에는 세계 시장에 통하는 이야기 구조가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이야기 구조란? 

‘이야기 구조’란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차용한 조지 캠벨의 단일 신화론을 말하는데요. 조지 캠벨은 세계의 영웅 신화들이 ‘출발-통과의례-귀환’이라는 공통된 이야기 구조가 이루어져 있다고 봤습니다.

<스타워즈> 시나리오의 토대가 된 저서이자 하루키가 구조화된 이야기를 창작할 때 교재로 삼은 것이 바로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라고 오쓰카 에이지는 말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캐릭터가 좀 웃기는 책표지입니다.

저자는 이 하나의 관점으로 하루키의 <양을 쫒는 모험>,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을,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의 작품들을 분석합니다. 

더 나아가 하루키뿐 아니라 해외에서 이름깨나 날린 작가들 -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요시모토 바나나 등도 예외 없이 ‘이야기 구조’가 두드러진 소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의 작품 분석 방법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책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오쓰카 에이지의 분석 타당성은 알 수 없으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화론에 바탕한 ‘이야기 구조’가 왜 세계시장에서 잘 통하는가입니다.

이야기 구조는 왜 세계 시장에서 잘 통할까?

저자는 ‘출발-통과의례-귀환’ 이야기가 ‘어린아이의 두뇌와 감정의 작용'에 딱 맞아떨어져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네, 타당성이 있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단순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가 아니었다면 결코 고대를 넘어 근대에까지 전승되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영웅신화와 모험담은 자아실현을 위해 다른 세계로 모험을 떠났다가 갖은 고생 끝에 성장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들입니다. 

오쓰카 에이지의 주장 역시 너무나 단순합니다. ‘이야기 구조’만으로 하루키나 하야오의 작품 모두들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꽤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들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좀 팔랑귀입니다만...)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 쓰기 방법론이나 문학론을 담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는 이야기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작법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 이야기 구조였다면 하루키가 언급할 법한 데 말입니다. 다만 하루키의 소설이 일본적이지 않다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요. 

아무튼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고도 결국 수상에 실패하는 것이 ‘구조 밖에 없는 소설’이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들었습니다. 

아무튼 글쓰기에 참고할 만한 책입니다. (읽기에 조금 난해합니다...) 구조를 염두에 두지 않고 쓴 글은 사상누각일 테니까요.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글의 차서를 잡고 뼈대를 만들어 글을 쓰는 과정이 언제나 늘 변함없이, 1도 진전이 없는, 너무나도 지난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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