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수필가입니다. 고단하고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이슬아 <심신 단련>을 읽곤 합니다. 그녀의 산문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애착과 성실함이 좋았고, 그러한 삶의 태도에서 저 또한 스스로 단단해지는 작은 위로를 받곤 합니다.
이슬아 씨는 1992년생입니다. 사회에서는 아직 햇병아리라고 할 만한데 <심신 단련>을 읽어보면 그 어느 꼰대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슬아에겐 삶에 투정을 부릴 여유도, 그런 사치를 누릴 마음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2018)을 처음 읽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부진 한 청년을 알게 된 것이지요. 학자금 대출금을 갚기 위해 시작한 일간 이슬아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에게 풋풋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 믿어요.
자신이 모집한 구독자들에게 매일매일 수필 한 편씩을 보낸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글을 써본 사람들이라면 아실 것입니다. 하다못해 블로그 글도 하루에 하나 올리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든다는 것을 해 보신 분들을 아실 거예요. 지금 제가 느끼고 있거든요.
이슬아는 자신을 연재 노동자로 즐겨 규정합니다. 그 정의에서 자신의 운명에 대한 감정 과잉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이슬아의 결의가 느껴집니다. 그녀의 글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살아가겠다는 다부진 각오와 그것을 위해 매일을 심신 단련하며 보내는 삶의 자세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이슬아 씨는 각고의 노력으로 학자금 대출금도 다 갚았고 월세도 탈출하였고 책도 여럿 냈습니다. 그리고 어엿하게도 '헤엄' 출판사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딸랑 한 명, 장복희씨뿐이지만 말이에요. 복희 씨는 다름 아닌 이슬아의 엄마입니다.
<심신 단련>에는 이슬아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슬아가 '하마'라고 부르는 남자 친구와 연애 이야기, 삶의 한 도구로 하고 있는 글쓰기 수업 이야기, 이슬아가 사랑하는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그리고 일 이야기와 돈 얘기를 담은 산문집입니다.
이슬아의 글이 좋은 이유는 그녀의 삶이 그렇듯 에둘러 말하지 않고 정직하고 당당하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슬아는 담백하고 풋풋한 용기로 일상을 이슬아의 방식으로 살아냅니다.
일례로 이슬아는 강연이나 원고 청탁을 받으면 "페이는 얼마나 주실 건가요"라고 딱부러지게 묻는다고 합니다. 시급을 모르는 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듯, 월급을 모르는 채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도 저는 한 번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돈 얘기를 하는 건 왠지 낯 뜨거운 일이라 여겼기 때문일 테지요.
이슬아는 가족 관계도, 친구 관계도, 모든 인간 관계도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듯하게 정리하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자신의 몸도 사랑합니다. 헬스를 하고 뜀박질을 하고 심신 단련을 하며 삶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부단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이슬아의 글이 너무나도 진솔하니까, 다 사실인지 묻는 독자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슬아의 글들은 수필이고 산문입니다. 그러니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겠지요.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슬아가 담아내는 삶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진지한가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슬아 <심신 단련> 중에서 멋진 문장을 하나 뽑아봤습니다. 이슬아는 사랑을 할 때조차 나쁜 일이 자신을 온통 뒤덮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성실함을 보입니다. 이슬아는 청소하는 걸 좋아하듯이 뜀박질을 좋아하듯이 사랑도 자신을 다스리듯 합니다.
"사랑은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복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사랑은 마음에 탄력을 준다. 심신을 고무줄처럼 늘어나게도 하고 돌아오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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