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에 빠질 수 없는 한정식
정원처럼 꾸며놓은 30년 전통의 문정 한정식에서 맛본 남도 한정식의 맛!
여행의 즐거움이야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식탐은 별로 없지만 남도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만끽한 문정 한정식 다녀온 후기입니다.
전남 영광에 가면 꼭 남도 한정식의 맛을 보라고들 합니다. 남도에 사시는 현지인이 추천한 맛집, 봄바람 살랑살랑 불던 초사월에 갓사친 사인방이 문정 한정식을 찾았습니다.
문정 한정식을 들어서면 꼭 가정집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식당을 알리는 간판을 떼어내면 정겨운 시골집을 찾은 분위기라고 할까요?
정원이 예쁜 문정 한정식
정원이 참 예뻤습니다. 소나무와 잘 가꾼 정원수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와집과 잘 어울리는 예쁜 정원은 한정식 문정의 오랜 전통을 짐작케 했습니다.
소나무를 좋아라 하는데, 소나무 있는 정원은 언제나 제 눈길을 잡아끄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 한그루가 만들어내는 고고 함이랄까요, 뭐 그런 거요.
영광에서 맛집으로 통하는지, 지역 유지로 보이는 분들이 손님으로 문정 한정식 식당을 들락거리는 가운데 봄비가 오는 문정 한정식 정원이 더 고풍스럽게 보였습니다.
현지인의 말에 의하면 상견례 식당으로 제법 찾는다고 해요. 정원을 보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의례적인 만남은 어쩌면 주연인 음식보다 분위기가 가끔 주연이 될 때가 많으니까요.
문정 한정식의 메뉴는 4인 기준 한 상에 십만 원입니다. 먼저 굴비 한 접시에 군침이 돕니다. 굴비는 영광의 특산물이랍니다. 영광군 법성포 앞 칠산바다에서 잡히는 조기를 말린 것을 영광굴비라고 하는데요.
'굴비'라는 이름은 작명 센스가 돋보입니다. 굴비라는 이름은 고려 중기 때 이자겸이 지었다고 해요. 영광으로 유배된 이자겸이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항상 같은 맛을 내는 굴비를 인조에게 진상하면서부터 '비굴'의 글자를 바꾸어 '굴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조기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영광의 굴비 덕장에서 3분의 2 이상이 국산 참조기가 아닌 중국산 '부세'를 말려 팔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여전히 영광굴비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 것 같아요.
문정 한정식 메뉴
보리 굴비는 먹기 편하게 발라져 나왔고, 육회며 간장게장, 굴, 홍어에도 침샘이 자극되었습니다. 반찬 가짓수를 세어보니 30여 가지는 족히 되는 것 같았어요. 가짓수가 워낙 많다 보니 손이 가지 않았던 반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문정 한정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상세 메뉴 안내를 올려 드립니다.
한정식 10만 원 (1인 25,000) 4인 기준
영광굴비, 보리굴비, 간장게장, 양념게장, 육사시미, 홍어삼합, 조개 초무침, 육전, 갈비, 떡갈비, 30여 가지 반찬
특정식 20만 원 (1인 50,000) 4인 기준
한정식 + 백합, 장어구이, 전복구이, 낙지볶음, 병어찜, 낙지탕탕이
( 계절과 재료의 신선도에 따라 요리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출처 : 문정 한정식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매생이국을 한 그릇 비우고 나니 남도 한정식의 푸짐함으로 포만감에 스르르 빠져들었습니다.
식후 스모킹에도 잠이 스멀스멀 몰려드는 몽롱한 기운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문정 한정식 정원을 보고 있노라니 난데없이 오래전 보았던 영화 <음란서생>(2006)의 벚꽃처럼 화사했던 그 봄기운이 잠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댓글